2026.06 · 물건
여기서 쓰는 잔은 읍내 도예방에서 굽습니다
처음에는 예쁜 잔을 사다 놓았는데 손님이 자꾸 깨뜨렸습니다. 미안해하는 얼굴을 보다가, 깨져도 괜찮은 잔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읍내 도예방에 열두 개씩 주문합니다.
스테이 이야기
서울에서 20년쯤 일하다 청송으로 내려왔습니다. 처음에는 살 집만 지으려다 부지가 넓어 두 채를 더 올렸고, 그 두 채를 손님에게 내주면서 스테이가 됐습니다.
지은 이유
여행지에서 묵을 때마다 아쉬웠던 건 조명이었습니다. 밤 열한 시에도 대낮처럼 밝고, 텔레비전은 늘 켜져 있고, 체크아웃 시간을 알리는 문자가 아침 아홉 시에 왔습니다.
그래서 여기는 반대로 만들었습니다. 조명은 낮게 깔고, 텔레비전은 두지 않았고, 아침에 연락하지 않습니다. 대신 창을 크게 냈습니다. 볼 게 밖에 있으니까요.
짓는 동안
기둥과 서까래는 마을에서 30분 거리 제재소에서 켠 낙엽송입니다. 마루는 참나무를 썼고, 벽은 회를 세 번 발라 말렸습니다. 공사는 2018년 봄에 시작해 이듬해 가을에 끝났습니다.
가구는 대부분 중고입니다. 오래 쓴 물건이 새것보다 방에 빨리 스며듭니다. 잔과 그릇은 읍내 도예방에서 굽고, 이가 나가면 그때그때 바꿉니다.
기록
아래 글은 화면 구성을 보여 주려고 연출한 가상 기록입니다.
2026.06 · 물건
처음에는 예쁜 잔을 사다 놓았는데 손님이 자꾸 깨뜨렸습니다. 미안해하는 얼굴을 보다가, 깨져도 괜찮은 잔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읍내 도예방에 열두 개씩 주문합니다.
2026.05 · 산책
대문에서 왼쪽으로 5분 걸으면 표지판이 나옵니다. 거기서부터는 길이 하나뿐이라 헤맬 일이 없습니다. 중간에 물 마시는 자리가 한 군데 있고, 돌아오는 길이 오르막입니다.
2026.03 · 날씨
봄 아침에는 골짜기가 안개로 찹니다. 창밖이 하얗다고 실망하지 마세요. 여덟 시 반쯤부터 능선이 드러나고 아홉 시면 다 걷힙니다. 그 30분이 여기서 가장 좋은 시간입니다.
2026.01 · 밤
거실 등을 끄고 스탠드만 켜면 창이 거울에서 창으로 바뀝니다. 별이 잘 보이는 밤에는 마당에 의자를 내놓아도 좋습니다. 담요는 옷장 아래 칸에 있습니다.
2025.11 · 아침
아침 바구니는 읍내 빵집이 여는 날에만 신청을 받습니다. 수프는 계절에 따라 바뀌고, 과일은 그때 나는 것으로 넣습니다. 여덟 시 반에 문 앞에 두고 노크 없이 갑니다.
2025.10 · 난로
신문지를 구겨 넣고 잔가지를 얹은 다음 장작을 세워 두면 됩니다. 문을 조금 열어 두어야 공기가 들어갑니다. 체크인 때 한 번 보여 드리니 그대로 따라 하시면 됩니다.